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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기

분리수거만 잘 하면 될까?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다. 인간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부끄럽지만) 정리의 책임을 부모님께 미뤄뒀었다. 나는 내 방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정리하면 되었다. 결혼을 하고 분가를 하면서 생활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나와 남편이 직접 정리해야 했다. 내 손으로 정리를 하다 보니 하루 동안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얼마나 많은 지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다음, 흐뭇한 마음으로 풍족한 냉장고에서 식재료들을 꺼내 요리를 하고 나면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가 어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깜짝 놀란다. 토마토, 오이, 시금치, 콩나물.. 요리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재료가 비닐과 플라스틱 팩에 담겨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1+1 상품을 구입하면 각각 비닐 포장된 상품 두 개가 다시 비닐봉지에 담겨 온다. 요리를 편하게 해주는 가공식품의 경우도 대부분이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라면도 만두도 볶음밥도 마찬가지다. 부엌 한편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비닐봉지를 보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잘 분리수거해서 버리면 과연 끝일까?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분해되는 데는 5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지금처럼 플라스틱과 비닐을 소비한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거짓 뉴스도 과장도 아니다. 우리가 당장 이 미친 생산과 소비를 멈추지 않으면 곧 당도할 미래이다.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들이 하는 분리수거나 재활용은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생산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미 만들었다면 그 마지막은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독일과 노르웨이에서는 플라스틱 보증금 제도를 시행해서 다 마신 병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들 나라에서 플라스틱병 회수율은 90%가 넘는다고 한다. (<플라스틱 없는 삶>, 윌 맥컬럼 저) 한살림에서는 박스나 재활용 병, 단열 포장재 등을 다음 주문 시 수거한다. (물론 이런 한살림에서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팩을 많이 사용한다.) 식재료를 마트에서 주문해 배송받는 소비자들은 마트를 한 번만 이용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마트에서도 이런 포장재 반환 정책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박스나 병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팩, 비닐 등도 다회용 용기로 바꿔서 다음 주문 시 반환할 수 있게 한다면 플라스틱의 사용양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100년을 채 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사용한 플라스틱은 우리가 죽은 후에도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한 지구에서 후손들은 어떤 수식어로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무책임한, 이기적인, 지구를 망친, 부끄러운... 지금, 우리가 변화하고 노력한다면 아마도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시간이 조금, 아주 조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