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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기

아무도 원치 않은 돌고래의 죽음

 

2020년 7월 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아롱이 폐사했다. 수용된 12마리의 돌고래 중 8마리가 죽고 4마리만 남아있다. 좁고 깨끗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병에 걸려서 죽는 돌고래가 많지만 오래 갇혀있다 보면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숨을 멈춰서 자살을 하는 돌고래도 있다고 한다. 돌고래는 매우 큰 뇌를 가지고 있고, 아이큐는 60~90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머리가 좋은 고등 생명체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자유를 잃고 감금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어떤 돌고래는 하루에 18시간 정도, 1000km 이상까지도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동성이 높다. 하지만 수족관의 수조에서는 한 번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도 벽에 가로막힌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그들에게 콘크리트와 유리로 만들어진 수조는 너무나 비좁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돌고래들이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위아래로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며 수영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돌고래는 사회적인 동물이라 보통 수 십 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수족관에서는 한 두 마리씩 각각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돌고래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습성에도 맞지 않다. 

 

돌고래는 나름의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고, 지역에 따라 언어가 다르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 사는 두 돌고래가 만나 소통이 안 될 때, 두 지역의 사투리를 모두 아는 돌고래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만약 돌고래가 인간의 언어를 할 줄 안다면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죽을 때까지 유리 수조 안에 가둬두고 구경할 수 있을까? 

 

이제는 가지 않지만 나도 어릴 때부터 동물원과 수족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렜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들이 좁은 유리벽 속에 갇혀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오히려 괴로운 일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이고 학대이다. 돌고래들이 수족관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 뿐이라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작년 제주도에 갔을 때, 자유롭게 제주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 떼를 만났다. 그중에는 서울대공원에서 방사한 제돌이도 있었다. (제돌이의 지느러미에는 숫자 1이 찍혀있어서 멀리서도 발견할 수 있다.) 너른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돌고래들의 모습은 멀리서 봐도 건강해 보였고, 자유로워 보였다. 자연에서 사는 돌고래를 억지로 잡아다 인간의 삶 속에 가져다 놓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공존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겐 있다고 생각한다. 

 

돌고래에게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