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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기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아니, 접히는 텀블러라고?"

눈이 번쩍 했다. 요즘은 SNS를 하다 보면 중간중간 상품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어찌나 이렇게 내 취향에 꼭 맞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심지어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뺏다가 무한 반복하다가 '.... 사지 말자' 하고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빠져나왔는데 SNS에 들어가 보면 떡하니 그 상품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게다가 그와 비슷한 상품들까지 줄줄이 보여주니 이겨낼 재간이 없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것 같다. 이 날은 내가 텀블러에 꽂혀있던 날이었다. 

나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미리 마실 것을 준비해 다니면 목이 마를 때 쓸데없이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또 음료를 오랫동안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일회용 컵은 항시 손에 들고 다녀야 하지만, 텀블러는 가방에 넣어두면 그만이라 양손이 자유롭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가장 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활 속에서 텀블러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꾸물꾸물 텀블러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다.) 예쁜 텀블러, 새로운 텀블러, 다양한 크기의 텀블러, 차가운 음료용 텀블러, 뜨거운 음료용 텀블러, 사은품으로 주는 텀블러... 눈이 돌아간다. 사고 싶은 대로 다 사다가는 텀블러 호더가 될지도 모른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 텀블러를 사용한다는 취지에 어긋나 버릴 것이다. 그렇게 잘 참았는데 접히는 텀블러라니, 이런 정말 신박하다..! (나는 접히거나 분리되어 휴대가 편리한 일상용품에 무척 관심이 많다.) 어쩌지...

이럴 때는 좋은 방법이 있다. 텀블러를 1000회 이상 사용해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내가 집에 있는 텀블러를 각각 1000회 이상 사용했나 생각해보자. 아닌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루에 한 번씩 사용해도 3년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 내 텀블러는 구입한 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래 1년 더 있어도 사고 싶으면 그때 사자고 생각했다. 휴, 이번 고비는 잘 넘어간 것 같다. 내일은 또 다른 유혹을 마주해 무릎을 꿇고 주문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 잠시만.. 분리되는 수저세트라고?